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7일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 슬로건 아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출마선언식을 열고 "모든 불평등과 대결하는 강한 대한민국의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아프고 지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상처를 치료하고,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인한 모든 격차를 척결할 수 있다면, 살아온 삶의 전부와 모든 여생을 기꺼이 바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전 총리는 "불평등의 원인은 시작도 끝도 경제"라며 혁신경제, 소득 4만불 시대 달성, 돌봄사회 등 구체적인 경제 대통령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소득 4만불 시대를 열기 위해 담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한다"며 "재벌 대기업 대주주에 대한 배당과 임원·근로자 급여를 3년간 동결하자.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여력으로 불안한 여건에서 허덕이는 하청 중소기업들의 납품 단가인상과 근로자 급여 인상을 추진하면 어떻겠느냐"며 "비정규직 우대 임금제도 도입해 확대하자"고 했습니다. 또 자신이 앞서 제안한 '미래씨앗통장'(모든 신생아에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 지원)을 언급하며 "기초자산 형성 프로그램을 통해 '흙수저', '금수저', '부모찬스' 타령이 아닌 '국가찬스'를 제공하자"고 했습니다. 청년 고용 국가보장제, 혁신기업 육성도 약속했습니다.
그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국민 박탈감을 유발하는 자산 격차의 시작"이라고 지적하며 공공 주택 공급안을 내놨습니다. 정 전 총리는 "청년과 서민에 공공임대주택 공급 폭탄을 집중 투하하겠다"며 임기 중 공공 임대주택 100만호, 공공 분양 아파트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그(공공 분양 아파트) 중 15만호는 반값 아파트로, 나머지 15만호는 '반의 반값'으로 공급하겠다"면서 "2030 세대에 대한 '내 집 마련' 진입 장벽을 허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울러 "검증 받지 않은 도덕성, 검토되지 않은 가능성은 국민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부도덕한 정치는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어 왔다"며 자신은 도덕적으로 검증된 지도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내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동시에 날린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정 총리는 의례적인 정치인 축사를 과감히 없앤 대신 청년들과 자유로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2030 토크쇼'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방역 문제로 행사 현장 참석자 수는 99명으로 제한됐지만 현역의원 40여명의 참석으로 두터운 당내 기반을 과시했습니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와 이광재 김두관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도 나란히 참석, '반(反)이재명 연대'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랐습니다.
한편, 차기 대권 경쟁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양강 구도가 다시 팽팽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18세 이상 1천4명에게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물은 결과 , 이 지사가 25%, 윤 전 총장이 24%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지사의 지지율이 전주보다 1%포인트 올랐고, 윤 전 총장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2주 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8%로 윤 전 총장(20%)에게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에서 앞섰으나 다시 좁혀진 것 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전주와 같은 7%를 기록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3%, 무소속 홍준표 의원 2%이 뒤를 이었습니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23%, 모름·무응답은 9%였습니다.
대권주자별 호감도 조사에서는 이 지사의 호감도가 50%, 윤 전 총장의 호감도가 43%로 조사됐습니다. 이 전 대표의 호감도는 33%였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2%, 민주당이 29%였습니다. 양당 모두 2%포인트씩 상승했습니다. 이어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4%, 열린민주당이 3%로 집계됐습니다.
정권교체의 기치 아래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를 계기로 한 데 뭉칠 것 같았던 야권의 통합 추진 로드맵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국민의힘 합류가 확실시됐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마이웨이', 즉 독자노선을 밟을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야의 협공"(윤석열), "신설합당"(안철수) 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결국 조기에 국민의힘 버스에 올라타봤자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1야당 밖에서 몸값을 높이면서 야권 통합의 조건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벌써 일각에선 검증의 칼날을 피하면서 신비주의와 컨벤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후보 등록 직전 단일화를 이루는 '선거용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듭니다. 선거용 통합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시작으로 지난 4·7 재보선까지 약자들의 필승카드로 위력을 떨쳐왔습니다. 양대 주자를 국민의힘 울타리 안에 한데 모아 '원샷' 경선을 치르자는 이른바 '버스 정시 출발론'을 주장한 이 대표로서는 복잡해진 승리 방정식과 함께 냉혹한 정치권력의 속성을 현실로 받아들게 됐습니다.
윤 전 총장은 17일 대변인을 통해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며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협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배신' 공세와 함께 국민의힘 안팎에서 "간보기 정치"라며 입당 압박을 가하는 상황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여야로부터 협공을 받는 처지로 인식한 것은 결국 여야 어느 쪽과도 손을 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