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다음 달 2일 제주부터 장마철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기상청은 28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는 찬 공기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어서 정체전선이 못 올라왔지만, 기압계 동향이 바뀌고 있다"며 "찬 공기의 세력이 약화하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커지면서 정체전선이 서서히 북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을 전후해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긴 정체전선이 제주지역에 영향을 주면서 우리나라가 서서히 장마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상청은 점차 정체전선이 올라오고 서쪽에서 접근한 저기압이 어우러지면서 다음 달 2일께 제주, 4일 이후로는 내륙에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만약 예측과 동일하게 비가 내린다면 이때를 기점으로 제주부터 장마에 접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선 다음 달 2일 제주에서 시작된 비가 4∼5일 전라도와 남부지방, 7∼8일 충청도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때 내리는 비는 모두 저기압이 관여하기 때문에 강수 영역과 시점이 매우 가변적입니다. 기존에 비가 예보된 지역이 배제되거나 예보되지 않은 지역에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7월 2일을 전후해 제주가 장마철에 접어들고 점차 전국으로 확대되겠으나 제주를 제외한 남부지방과 이외의 내륙에서 언제가 장마 시작일이 될지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고 부연했습니다.
장마란, 여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 혹은 이를 가리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자어로는 구우, 임우, 혹은 적림이라고도 합니다. 보통 6월 말부터 주로 7월 말까지 내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내리는 비를 가리켜 매우라고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름 날씨이자, 한반도 강수량의 약 30%를 책임지는 요소입니다. 장마라고 하면 흔히 해당 기간 안에 몇 날이나 몇 주 동안 비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는 형식을 연상하기 쉬우나,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보통은 시간대에 따라 내리는 집중호우 형식이나 지역대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국지적인 형식을 취합니다.
북쪽 러시아 지역에 위치한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오가사와라 제도 부근의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로 뚜렷한 정체전선이 생기면서 장마가 됩니다. 장마가 형성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베링해와 티베트 고원이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베링해의 얼음, 티베트 고원의 쌓인 눈의 양에 따라 고기압의 형성 속도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한반도 북쪽과 남쪽에 있는 각각의 고기압이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장마철이 시작되는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역대 가장 장마가 늦었던 해는 1982년 7월 5일입니다. 올해도 이에 못지않은 '지각장마'지만, 일단 장마가 시작되면 요란한 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기상청은 "다음 달 2일 이후 몰린 비의 형태가 정체전선과 저기압 어우러지는 형태라서 강한 비구름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차고 건조한 공기의 세력은 점차 약해지나 장마 기간 남아 있을 소지가 있어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집중호우나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상청은 한반도 북쪽 찬 공기의 영향력이 유독 강한 탓에 장마 시작 날짜가 평년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장마를 유발하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고 위축됐다는 것 입니다. 장마는 늦게 시작하지만 폭우 위험은 커졌습니다. 찬 공기와 장마가 충돌하면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최근 장마철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만큼 올해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6월10일 첫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기상청이 전국 규모의 과학적 기상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이른 장마로 기록됐습니다. 반면 올해는 27일 현재까지 제주 지역에서도 장맛비가 오지 않아, 기상통계 49년 동안 제주 지역의 가장 늦은 장마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제주도에서 장마가 가장 늦은 해는 2019년으로 6월26일 시작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가장 이른 장마 및 역대 가장 긴 장마의 원인과 올해 평년보다 늦은 ‘지각장마’ 모두 우리나라 북쪽에 고기압이 정체해 있는 ‘블로킹’ 현상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블로킹은 중위도 지역에서 5㎞ 상층의 공기 흐름이 정체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은 약해지고 남북으로 부는 바람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중위도 상층 대기에서 고위도는 기압이 낮고 저위도는 기압이 높아 등고선과 나란히 편서풍이 붑니다. 하지만 고위도에 기압이 높아지거나, 저위도에 기압이 낮아지면 블로킹 현상이 발생합니다. 블로킹은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과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블로킹의 발생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기후모델(프로그램)에 의한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위치에 블로킹이 형성됐지만 반대의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지난해 장마는 중부지방에서 6월24일 시작돼 8월16일까지 54일 동안 이어져 역대 가장 긴 기록을 남겼습니다. 기상청은 장마가 길어진 원인에 대해 ”시베리아 이상고온으로 우리나라 주변에 블로킹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편서풍이 약해지고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의 유입이 잦아졌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확장이 지연되면서 우리나라 부근에서 정체전선이 지속적으로 활성화해 장마철이 길게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상청은 27일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낮에는 강한 햇볕에 의해 공기가 달궈지는 데다 남쪽에서는 지속적으로 습윤한 공기가 유입돼 29일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오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기상청은 “하지만 최근 내리는 소나기는 비가 그친 뒤 선선해지고 특정 시간대에 내리는 것이 아닌 데에다 점조직 형태로 게릴라식으로 내린다는 점에서 아열대 지역의 스콜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콜은 오후 시간대에 남북으로 폭이 좁은 선형으로 내리는 비로 그친 뒤에도 기온 변동이 거의 없습니다.
장마 기간 동안 비가 적당히 내릴 경우 토양에 과다하게 쌓여 있던 무기염류가 씻겨가거나 가뭄이 해결되고 농사에 도움이 되며, 대한민국의 1년치 강수량의 약 3분의 1인 만큼 물 걱정을 덜게 되고 습도가 높아져 미세먼지와 산불 걱정도 사라집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강이나 호수 등의 수위도 높아져 범람하거나, 심하면 홍수가 나게 되며 그로 인해 자연재해가 일어나게 됩니다. 산이 많은 지역의 경우 토사 유실로 인한 산사태로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장마가 오면 이전보다 습도는 더 올라가고 온도도 많이 내려가지 않아 여전히 높기 때문에 모기 개체가 증가합니다. 곰팡이가 여기저기에 끼기 시작하고, 음식이 쉽게 상해 부패한다는 점에서 위생과 건강에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당연히 식중독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면 더위가 장마 전보다 한층 더해져 폭염이 계속되고, 여기에 열대성 북태평양 고기압이 크로스되어 사람들을 오만가지 짜증의 세계로 인도하는 열대야가 시작됩니다.
장마철에는 어두운 날씨 때문에 분위기가 몽환적이고 햇빛을 쬐는 시간이 줄어들어(7월 평균 120시간) 우울한 기분이 들게 됩니. 거기에다 비로 인해서 야외활동이 제한되니 더 우울해집니다. 또한, 대기가 습해서 몸의 땀도 잘 마르지 않고 끈적끈적하게 됩니다. 집 안의 침구류들도 뽀송뽀송하지 않고 눅눅하게 되어서 이래저래 불쾌지수가 높아집니다. 이런게 우울감을 더하게 됩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서는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의 번식이 활발해집니다. 요리 재료, 조리 과정, 보관 방법 등에서 세균에 오염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깨끗한 손으로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바로 요리해서, 또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두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냉장 보관을 하면 세균 증식이 느려지기는 하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구토, 설사 같이 식중독이 의심되는 경우에,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물을 마셔서 탈수 교정을 하면서 안정을 취하면 대개는 큰 문제 없이 회복이 됩니다. 그러나 열이 나거나, 대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